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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단상

by 허슬똑띠 2022.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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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라는 것의 명암

 

어제 오토비이를 타고 다니며 일수를 선전하는 명함크기의 홍보카드를 뿌리는 것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오래전 일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친구들과 지리산 등반을 가기로 해서 등산장비를 사러 오후에 남대문시장에 갔었다. 등산장비가게에 들르기 전 갑자기 허기가 져 간단히 먹을 만한 게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국수를 파는 포장마차가 눈에 띄었다. 잘되었다 싶어 그곳에서 막국수 한 그릇을 시켜 먹고 있었다. 식사를 끝낼 무렵 웬 남자 한 사람이 포장을 살짝 열고 사장에게 고개를 까딱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사장이 매대 밑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돈을 꺼내 그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궁금해서 그 사람이 가고 난 뒤 물었다. 그때 일수라는 걸 처음 알았다. 사장에게 좀 더 자세한 것을 들었다.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에서 점포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 중에 일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드물고, 대부분은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일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시에 백만 원을 빌리고 백일에 걸쳐 매일 십일만 원을 상환한다. 3개월간 이자가 10만원인 셈이니 연이율로 따지면 40%가 넘는 고율인 것이다. 당시는 공금리조차도 20%대이던 시절이라 더욱 심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아 대부업체에서 조차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긴박하게 필요로 하는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매우 요긴한 방안이었다.

절차 또한 간단하고 대출금지급에서 상환금회수까지 일수처에서 알아서 해주니 장사를 쉬어가면서 별도로 움직일 필요도 없다. 상환하는 것도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닌 게 장사를 통해 매일 일정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일수기간만 잘 넘기면 목돈과 함께 여유 있는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수라는 사채시스템은 어두운 면과 밝은(?) 면, 양면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에도 사금융으로의 일수는 꽤 존재한다. 궁지에 몰린 자영업자들이라든가 대부업체까지 사용하고도 모자라는 긴박한 상황에까지 간 개인들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다.

 

그런데 일수라고 해서 간단하게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어째든 이것 역시 일종의 금융업무이므로 대출계약서 등의 서류준비가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식도 갖추어야한다. 또한 무조건 쉽게 돈을 벌수도 있는 것도 아니다. 돈장시라는 건 언제 어디서든 예상치 않게 펑크가 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우습게보고 일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폭망한 후배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업하겠다고 대학을 포기한 그는 누구한테 들었는지 돈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일단 일수사업을 하는 사람을 찾아가 그 밑에서 일을 배웠다. 6개월 뒤 부모로부터 대학을 가지 않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아내어 그 돈으로 일수업을 시작했다. 몇 달 동안은 홍보하느라 동분서주하더니 자리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너무 욕심을 낸 탓이다. 꽤 큰돈을 대출하면서 꼼꼼히 살피지 않고 상대방을 너무 믿었다. 아니 그의 사기 농간에 넘어 간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겪고 난후 무슨 일이든 사전 준비와 리스크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하지만 간접경험이라는 게 실패를 막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 뒤에 자신도 같은 꼴을 겪었으니 말이다.

 

일수대출과 금융기관대출과의 같은 점, 다른 점

 

한데 어찌 보면 은행에서의 대출 특히 신용대출 역시 일수의 개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일수는 매일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인데 반해 은행대출금은 매월 상환한다는 점이다. 상환 방식 또한 원리금 균등 빙식 또는 원금균등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다른 점이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개인 신용도에 따른 금리 혜택이다. 개인 신용도가 좋으면 신용만으로도 꽤 큰 자금도 비교적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큰 차이다. 현행 일수의 금리 역시 전반적인 금리 인하로 많이 낮아지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은행금리의 4~5배가량으로 추정되므로 그만큼 지급이자를 절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굳이 또 다른 차이를 든다면 일수가 사금융으로서 신뢰도가 낮고 대외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하긴 해도 일수라는 것이 공적금융을 사용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그나마 돈줄이 되어주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수를 이용해 목돈을 만들 듯 금융기관에서 월수 방식으로 일거에 필요한 목돈을 조달하기도 한다. 이보다 일수로는 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형성하는데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근래에 와서 이렇게 은행대출을 이용하여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꽤나 많다.

대출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다면, 혹은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대출을 있는 대로 받고 전세금을 합하여 부동산을 구입하는 식이다. 일정기간이 지나 집값이 상승한다면 대출금과 이자를 초과하는 자본 소득을 바라볼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해서 자산을 형성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다. 금리가 낮고 수년간 집값이 우상향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 경우엔 쪽박을 찰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대출금(경락자금대출)에다 월세보증금을 더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방법이다. 월세로 대출금이자는 물론 추가 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 소위 말해서 자동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대체로 경매가 활용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불리한 점이 많아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하니 이것도 남의 말만 듣고 무턱대고 뛰어드는 일은 삼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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