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훌륭한 기술은 마치 서투른 것 같아 보이고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성장산업이 대두하는 혁명의 시대에 성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넘버원 기업들의 주가는 통상 10배 혹은 그 이상으로 장기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 30년 동안에 세계 경제에는 두 가지 혁명적 성장산업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2000년 뉴밀레니엄을 전후로 대두된 인터넷 혁명이었고 2008년 이후엔 모바일 혁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10년 동안에는 전기차 혁명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10년간 빅테크 시대의 포문을 연 것은 애플의 아이폰 출시였습니다. 인터넷 혁명과 이 인터넷 혁명을 등에 업고 더 혁명적인 모바일 혁명을 일으킨 아이폰과 그 주인공인 애플을 본다면 대체로 감이 잡힐 것입니다. 이런 전제를 깔고 투자를 행동에 옮기려 한다 해도, 사전에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고 확신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점검해야할 사항들을 들여다보기로 하겠습니다.
세 부문을 서핑에 비유해보죠.
첫째 파도 서핑을 하기에 걸맞은 좋은 파도인가
둘째 서핑 서핑의 기술은 훌륭한가, 서핑의 경험은 많은가, 파도를 잘 타고 있는가, 실제 서핑을 잘하고 있는 가
셋째 서퍼 서핑을 잘 이해하고 서핑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가, 그 기술을 알아보는 주주 투자자의 안목은 어떠한가, 그리고 서퍼는 서핑기술의 향상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가, 투자자는 확신을 갖고 적극적으로 서퍼에 투자 즉 주식투자하고 있는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첫째의 파도는 세상의 흐름 즉 산업 트렌드입니다.
요즘의 화두는 지구환경보호 강화인 것을 잘 아실 겁니다. 따라서 탄소발생저감의 방편으로 화석연료사용억제를 위해 내연기관차량의 점진적 퇴출과 전기차로의 대체가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며, 이는 자동차배터리의 수요 창출이 대규모로 이루어짐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전기자동차의 수요전망과 이에 따른 배터리수요전망을 살펴봅니다. 자료는 “K 배터리 레볼루션”에서 인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통상 세계 자동차 시장규모를 1억대로 추정하는데, 이 중 중국 시장이 2,500만대, 미국 시장이 2,000만대, 유럽시장이 1,500만대를 점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판대대수만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향후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종은 대당 500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의 소형차이므로 여기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용량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 역시 크기가 작은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마찬가지로 배터리용량이 적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은 SUV이며 비중이 50%이상을 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형 SUV의 종류가 많은 편이며 또한 픽업트럭 역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의 하나입니다. 이런 대형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용량이 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대당 배터리의 평균 탑재 용량은 미국이 100키로 와트시(kWh), 유럽이 60키로 와트시 그리고 중국은 40키로 와트시로 추정되며, 이를 자동차 판대대수에 적용해보면 미국 2테라 와트시, 유럽 0.91테라 와트시 그리고 중국이 1테라 와트시로서 미국 시장이 압도적으로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큰 배터리의 주 시장은 미국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며 또한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규모를 감안할 경우 향우 10여 년 간의 배터리 수요는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망한 시장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둘째의 서핑은 파도를 타고 있는 기업이며 어떻게 파도를 멋지게 타는 가입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기업의 기술수준이나 업력 나아가 개발비화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 부문은 배터리와 양극재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세계 배터리 산업은 K배터리 3사인 LG에너지 솔루션, SK온 그리고 삼성SDI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높고 깊은 기술적 해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우치형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두 업체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명실 공히 세계최고의 배터리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LG화학이라는 전통적인 화학회사에서부터 시작했기에 기초가 아주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파우치형과 원통형 두 가지 폼팩터를 다 생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된 비상장사로서 아직은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지지만 성장발전성이 큰 훌륭한 기업가치가 있겠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서는 배터리의 종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양극재 부문입니다. 배터리 기업에 대한 투자를 묻는 사람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소재는 양극재만 보면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기차의 심장은 배터리, 배터리의 심장은 양극재이다.
2) 양극재의 기술의 진입장벽은 엄청나게 높다.
3) 양극재가 배터리 원가의 50%정도를 차지한다.
4) K양극재 4대 업체의 90%급 하이니켈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다.
워렌 버핏이 투자하는, 높고 깊은 해자를 가진 기업, 세계적인 기술과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배터리 산업에서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라는 초격차 기술을 가진 회사들입니다. 이들은 바로 우리나라의 양극재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케미칼 그리고 엘엔에프입니다. 여기에서는 이 회사들을 중심으로 말하겠지만 그 외에도 많은 이차전지 소재회사들이 있다는 점은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이들 4대 천왕 기업은 울트라 하이니켈 등 다양한 양극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K배터리의 초격차 기술력의 가장 근원입니다. 이들 업체들의 기술력은 벨기에의 유미코아, 일본의 스미토모메탈마이닝 등 전통적인 양극재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위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적어도 3~5년은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양극재 업체만 보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에코프로비엠은 명실상부한 세계최고의 양극재회사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 그룹기업에 속해 있지 않은 업체라는 측면에서 이 회사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이차전지는 경험산업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양극재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에코프로비엠입니다. 이 회사는 2007년 개발에 나선 이후 양극재 사업에서 흑자를 내기까지 무려 12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또한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삼원계 양극재의 양 축인 NCM과 NCA 두 가지 양극재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산업 트렌드에 걸맞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수년간 기술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이므로 전망이 매우 밝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양극재의 종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셋째의 서퍼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죠.
여기에서는 자동차배터리 개발과정의 일화를 알아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배터리 분야입니다. 현재 K배터리가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데에는 LG그룹의 구본무회장이 존재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배터리가 미래 분야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된 것이 1992년도이므로 30년 넘게 이 분야에 투자해온 셈입니다. 그 사이 수조원대의 적자, 수조원대의 대량 리콜 사태를 견디고 지금의 자리에 서게 한 배경에는 구본무회장이 있었습니다. LG는 2022년도에 물적 분할로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였습니다. 또 한 사람은 에코프로의 이동채 회장입니다. K배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중요한 무기는 바로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당연히 이를 물심양면으로 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가 바로 이동채 회장입니다. 에코프로가 자동차용 양극재 사업에 뛰어 든 것은 2004년도입니다. 그 당시 정부의 전기차용 양극재 개발 사업이 국책과제로 선정되었고, 이 국책과제를 시행한 업체가 바로 삼성그룹의 제일모직과 에코프로 두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제일모직이 2007년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업에서 철수하자, 이동채 회장은 일정 보상을 조건으로 제일모직에서 수행한 개발업무를 인수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LG화학의 배터리 개발에서처럼 양극재 개발은 고난의 연속이었으며 더구나 10년이 넘도록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자 포기여부를 고민해야할 지경이 이릅니다. 그러나 이동채회장의 뚝심과 혜안덕분에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최고의 기술력을 개발해냈으며, 양극재 시장 글로벌 넘버원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상에서 점검해본 것처럼 회사의 기술력이 우선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본인 사람 역시 장기간 생존을 위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회사들은 이 모두를 갖추었으니 합격점수 아닌가요?
이상에서 가장 중요한 분석 대상 세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마지막으로 미래전망 예측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분야를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즉 배터리 산업에 상존하는 리스크입니다. 그것은 바로 원자재의 원활한 확보여부 즉 제품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공급 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장애물입니다.
기술력에서 K배터리가 중국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를 쉽게 제패하리라고 낙관할 수만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는 배터리 산업이 구조적으로 광물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광물자원은 리튬을 비롯해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인데 그 중 리튬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리튬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한 다른 광물로 대체도 불가능하고 희귀 금속으로 분류될 만큼 매장량도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배터리산업에서 지속적인 우위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리튬 자원의 확보가 무엇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약점이나 취약점이 배터리산업의 발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적지 않기는 합니다. 그러하지만 궁즉통이라고 했습니다. 매우 궁한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는 말입니다. 이 말처럼 이차전지 관련 광물,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방법을 K배터리 기업들과 정부가 함께 찾아 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전기차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배터리 수요가 함께 폭증할 때까지 원자재의 수급불안정요소는 점차 축소되리라 전망됩니다. 다만, 리스크가 성장 동력보다 큰 것이라 할 수 없고 나아가 이 리스크를 잘 극복한다면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움직이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 경우 새겨 두어야할 게 있습니다. 중요한 건 주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이죠.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원래 생각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아 마이너스인 상태라면 그 크기가 얼마이든 간에 과감히 이별하고 더 전망이 좋은 기업으로 옮겨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이차전지 산업만큼 전망이 밝은 것도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때문에 이차전지에 대해 좀 더 파고들어 그 중에서도 가장 높고 깊은 해자를 가진 주식, 성장 가능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다음 적어도 3~5년간은 진득하게 지켜보는 믿음을 가져도 좋으리라는 판단입니다. 틈새 주식을 찾는 이들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한 산업을 이끄는 대장주들에 대한 이해를 필수적으로 해야 합니다. 대장주는 기본적으로 하락장세에도 가장 오래 버티고, 상승 장세면 가파르게 오르는 특징이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말머리에서 이야기 했던 모바일 혁명시대를 주도했던 기업들이 바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인데 이 중에서 팡(FAANG)이라고 불리던 주식들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13년 동안, 늘 고평가되어있다, 너무 많이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고점을 갱신해왔습니다. 일례로 팡주식의 대표격인 애플이 175배 상승했는데, 이건 미국이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한다면 한국을 보겠습니다. 이 기간 중 이와 연관된 국내주식들 중 네이버 16배, 카카오 42배, 삼성전자가 12배 올랐습니다. 결국 주가는 그 회사가 벌어들이는 매출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 회사가 글로벌 혁명의 시대에 성장을 주도하고 그에 따라 그 회사의 이익 또한 크게 성장하면 당연한 이치로 그 회사의 주가 또한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가 오르는 것이죠.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뀌는 이 거대한 변화 즉 혁명의 흐름을 주도하는 K배터리 핵심회사들의 주식은 향후 2~3년 동안 엄청나게 상승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실수하는 걸까요? 중국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인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를 음미하면서 스스로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훌륭한 기술은 마치 서투른 것 같아 보이고 큰 지혜는 마치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어째든 큰돈을 벌려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건 기업경영이든 주식투자든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위기가 왔을 때를 대비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바보 같은 설명이라는 건 ‘상대방에게 어떤 주제로 이야기할 때 간단하고 쉽게 설명이 가능한데도 다소 복잡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아 도대체 정확한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도리어 헷갈리기까지 만들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혹시 구체적으로 분석내용이나 종목발굴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바보같이 설명한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런 점이 있다면 사과드리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은 바보가 아닐 테니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번 주제는 박순혁작가의 "K 배터리 레볼루션" 서적 내용을 참고 하였음을 알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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