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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투자에서 유의해야 할 편향(2) 손실회피 편향

by 허슬똑띠 202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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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나 사안에 대해 잠자코 있으면 남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중간은 되지만 모르는 것을 애써 아는 척하다가는 무식이 탄로난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죠. 그 의미를 좀더 확대시켜 보죠. 잠자코 있으면 무사했을 텐데 괜히 잘 해보려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조심해야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이게 바로 얻는 것 보다 잃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이 속담이 시사하는 의미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개념을 통해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손실 회피는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1만 원을 잃어버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1만 원을 얻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 크다는 것이죠. 정서적으로 2배의 차이가 난다는 실험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듣기엔 좀 웃기지 않나요?


야구에서 수비수가 안타성 타구를 안전하게 처리해 1루타로 막으면 잘했다는 칭찬은 못 받더라도 욕 먹을 일은 없겠지요?. 그러나 나이스플레이라는 환호성을 받고자해서 공을 잡겠다는 욕심을 내다가 공을 빠트려 2루타나 3루타를 만들어주면 욕을 먹는 건 말할것도 없고 ‘실책’이라는 좋지않은 평점까지 얻게 될 판이니 어찌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손실회피편향의 일반적 예 2가지를 알아봅니다.

손실회피편향 예1
제품 구입 후 결제를 위해 내 수중의 지갑 속 현금보다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기를 좋아하며, 그것도 일시불보다는 결제 기간이 더 길수록 쉽게 신용카드를 뽑게 되는 것도 손실 회피 편향 때문입니다. 지금 내 수중에 있는 현금을 지불한다면 바로 손실감으로 이어지겠지만, 신용카드는 지금 당장이 아닌 몇 개월 후 거래명세서가 날아온 시점에서야 손실감으로 느끼기 때문인 거죠. 따라서 당장의 심리적 손실 회피를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손실 회피 편향의 예2
손실회피편향은 사기꾼들의 좋은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돈을 빌려 가고 오랫동안 갚지 않은 친구가 돈을 더 빌려 달라고 했을 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돈을 빌려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하지만 자칫 관계가 멀어져 이전에 빌려 준 돈을 받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그냥 돈을 빌려 주고 관계를 지속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손실 회피 편향이 중요한 것은 주식투자에서입니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으시다면
더욱더 넓은 이해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겠지요.
주직투자에 있어서는
오르고 있는 주식을 더 사는 ‘불타기’ 보다 하락하고 있는 주식을 더 사는 ‘물타기’가 더 익숙한 것도 우리의 뇌가 더 얻는 것에 대한 욕구 보다는 잃는 것에 대한 위험에 더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겠다”며 버티다가 더 큰 손해를 입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일억 원을 주고 사들인 주식이 계속 하락세일 때 휴지 조각이 될 위험을 피하려면 당연히 주식 가치가 반토막이 난 시점에서 일지라도 손절매(損切賣)를 해야 하지만 투자자는 주식을 구매할 당시의 가격 일억원과 현재 가격 5,000만 원의 차이에 따른 손실 즉 5,000만 원의 손실이 실현되는 것을 주저하다가 더 큰 손해를 입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손절매는 영어 표현인 ‘로스 컷(loss cut)’과도 비슷한 의미입니다. 또다른 예로서
유망한 사업을 하는 좋은 회사라고 판단해 투자를 했는데 적자가 개선되지도 않고 횡령이나 배임같은 사고까지 발생한 회사라면 더 이상 손해가 커지기 전에 ‘손절매’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자를 해 왔던 기간도 아깝고 잘못된 선택을 한 자신의 실수도 인정하기 싫고 무엇보다 손실을 확정시키는 것도 싫은 까닭에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비자발적인 장기 투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손절매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인간의 두뇌 착시인 손실 회피 편향 때문임을 아무리 이해하게 된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인간의 뇌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생기는 불가항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에 있어 손실 회피 편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처럼 손절매를 하지 못하는 것인데 만일 손절매를 하게 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세부적으로 본다면 변동폭이 큰 소형, 테마, 잡주의 경우에는 하방이 크게 열려 있어 손절매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예상도 못한 엄청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아주 크기 때문에 이런 종목은 피하는 겁니다. 너무 무리한 레버리지 사용도 피해야할 대상입니다. 손절매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는 강제 청산을 당하고 투자의 기회가 영영 사라질 수 있기 때문죠. 그러므로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거나 또는 고배당주에 투자해야할 것입니다. 이러면 주가 하락 상황에서도 배당이라는 안전 마진을 통해 어느 정도는 손실 헷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도 장기적 관점에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게됩니다. 나아가 손절매를 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수익을 가져다 줄 가능성도 엿볼수 있게 되지않을까요?

하지만 다행히 손절매를 하지 않고도 문제가 되지 않을만한 투자가 있습니다. 달러 투자가 대표적입니다. 달러 투자 역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손실을 얻게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하방이 너무나도 견고한 까닭에 손실이 커지는 것도 제한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손실을 잘라 낼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역시 IMF사태와 같은 상황을 만날수도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어야 할테지요. 드문 일이긴 하지만.

원래 손실 회피 편향은 소유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라고 합니다.
상품을 구입한 후 좀 사용하다가 되돌려보내는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즉 반품률이 1~2퍼센트 수준이란거죠. 이는 대다수 소비자가 일단 자기 것이 된 물건을 다시 내놓으려 하지 않는 성향이 크기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업이, 사용해보고 맘에 안들면 반품하라는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의 그런 성향을 가리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er)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말로 ‘보유 효과’, ‘부존 효과’, ‘초기 부존 효과’로 번역해 쓰기도 하며, ‘관성 효과(inertia effect)’, ‘박탈 회피(divestiture aversion)’라고도 하죠. 세일러는 1병에 5달러에 구매한 와인을 50달러가 넘는데도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를 통해 보유 효과를 설명했는데, 이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에 가치를 더 부여하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소유 효과가 발생할 때 우리 뇌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좀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08년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브라이언 넛슨(Brian Knutson)은 실험을 통해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소유 효과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소유 효과는 아끼는 물건에 대한 애착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단적으로 말해 남 주기는 아깝다는 좀 못된 심리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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