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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리쭝우) 후흑학의 본질

by 허슬똑띠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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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중에서

이 말의 뜻은 어떠한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디 처세술이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활용해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는 일체의 전략을 말한다.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가진 것은 열밖에 안되지만 부단한 자기 계발과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자기 것처럼 활용해 쓰는 사람이 있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이는 결국 처세의 방략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만큼 사람을 설득하는 데 좋은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는 요체는 진심에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자신의 진심을 드러낸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춰 적절한 방법으로 이를 드러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종오가 후흑을 역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후흑을 무시한 채 자신만이 진심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편견과 아집에 빠져

소위 진정성을 운운하고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뿐이며

이는 후흑(厚黑)이 아닌 불후불흑(不厚不黑)에 지나지 않는다고 역설한다.

 

후흑이란 낯짝이 두껍고 속마음이 시커멓다는 면후심흑(面厚心黑)을 줄인 말이다.

여기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필부지용(匹夫之勇 : 소인배<小人輩>의 혈기< 血氣>)과

부인지인(婦人之仁 : 아녀자<兒女子>의 인<仁>)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필부지용이란 수모를 참지 못하는 것이니

그 병의 근원은 낯짝이 두껍지 못하여 뻔뻔하지 못한 데 있다. 즉 불후(不厚)이다.

부인지인이란 곧 不仁을 참지 못하는 것인데 마음속에 잔인하지 못한 면이 있음을 말함이며

그 병의 근원은 속마음이 시커멓지 못한데 있다. 즉 불흑(不黑)이다.

이는 ‘면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심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은 데 있다.

초한대결에서 항우가 유방에게 패하여 자결한 것을 두고 부인지인 필부지용이라고 한신이 일갈했다고 하는데

이의 의미는 바로 속마음이 시커멓지 못하고 낯짝이 두껍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종오가 말하는 후흑에 대한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자세를 유지하면서와 능숙하게 환면(換面)(얼굴 바꾸기)을 잘 해야 한다.

견인불발(堅忍不拔)이란 좌절하지 않고 반복해서 접근하는 자세를 말하는데

이는 환면(換面)과 외견상 정반대의 처세술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양자는 같다.

환면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내심 이루고자하는 어떤 목표를 끝내 성사시키는 데 있다.

견인불발이 목적론적인 관점에서 처세술에 접근한 것이라면, 환면술은 방법론적인 접근방법이라 할 만하다.

그 누구라도 한 우물을 파다보면 언젠가는 소기의 목표를 이루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이에 실패하는 것은 도중에 견인불발의 자세를 잃고 방황하거나,

방법론적으로 상황에 따른 다양한 변신이 필요한데도 환면을 거부한 채 오직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한 결과다.

초지를 관철하기 위한 견인불발의 자세와 함께 상황의 변화를 좇는 환면술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자만이 결국 승리할 수 있다.

 

들째, 상대방이 아무리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을 지라도 후흑을 연마한 사람이라면

전혀 내색하지 않고 태연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바보 흉내를 내는 것도 좋다.

중요한 점은 절대로 급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하루 이틀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면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테니 다시 접근한다.

다시 거절을 당할지라도 좌절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거절과, 사인(事因)이 절망적인 무방(無望)과는 구분해야한다.

상대방이 거절하는 원인을 잘 분석해 실제 상황에 맞게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면술이 그 해답이다.

 

셋째, 교활한 토끼는 구멍을 3개나 뚫는다.

이를 교토삼굴(狡免三窟)이라 하는데,

한치 앞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운 난세의 시기에는 미리 여러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실 교토삼굴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매사에 완벽한 준비를 해둬야

뜻하지 않은 불행을 미연에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유비무환이라는 성어가 바로 이를 의미한다.

 

넷째, 구멍이 있으면 반드시 비집고 들어가고, 구멍이 없으면 뚫어서라도 들어가야 한다.

구멍이 있는 자는 그것을 확대하고 구멍이 없는 자는 송곳을 꺼내 구멍을 뚫어야 하는 법이다.

다섯째, 구밀복검(口蜜腹劍)을 잘 행해야 한다.

입가에는 꿀을 바른 듯 언행이 부드러우나 뱃속에는 칼을 감춘 듯 음흉하기 짝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섯째, 허장성세(虛張聲勢)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강자를 상대로 어떤 책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판세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어 상대방의 약점과 심리를 정밀하게 파악한 뒤 강자간의 갈등을 최대한 활용해 인내심을 갖고

현란하면서도 치밀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간신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쥐고 있는 패가 어떤 것인지조차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한 채

허장성세만 계속할 경우 이는 자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포커게임할 때 쓰는 불러핑(Bluffing)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베팅이나 레이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속칭, 공갈 또는 뺑끼(페인트질의 속어)라고 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을 포커게임에 빗대어 블러핑 전략이라고 하기도 한다.

 

일곱째, 박수갈채로 자부심을 만족시킨다.

즉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점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고래반응의 실천을 위해서는 먼저 신뢰를 쌓은 다음 아낌없이 칭찬을 한다.

한편으로는 상대방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모른 척하며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린다.

단,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칭찬을 하면 그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무슨 속셈으로 저러는가?’하는 의심부터 사기 십상이니 주의하여야 한다.

 

여덟째, 솜에 바늘을 숨기고 때를 노린다. 이는 면이장침(綿裏長針)전술이다.

후흑을 제대로 실천하려 한다면 반드시 협박과 아첨을 함께 병행할 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협박을 할 때 적당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도가 지나치면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낀 나머지 분개하여 맞서고 나설 테니

어찌 협박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고 하겠는가?

그러므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절대 협박을 가벼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종오가 ‘후흑학’을 말하는 것은

순전히 ‘불후불흑(不厚不黑)’을 경계로 삼기 위함이라고 했다.

‘불후불흑’은 완전히 후흑이 아닌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후흑을 의미한다.

만일 후흑을 거꾸로 이용하여, ‘면후’ 즉 두꺼운 낯짝으로 뻔뻔스럽게 대응하여야 할 때

‘심흑’ 즉 시커먼 속마음으로 잔인하게 대응하거나,

‘심흑’으로 대응해야 할 적에 ‘면후’로 대응한다면 틀림없이 실패하게 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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