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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 무서운 중독성(제2화)

by 허슬똑띠 2022.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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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Gold Coast) 가는 길 2

 

해외에서 건전한 유흥의 일환 으로 카지노 등을 한두 번 방문할 수는 있겠지만,

도를 지나쳐 상습적으로 출입하게 되면 도박 중독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야 짙은 안개가 웬만큼 걷히는 듯 했다.

그랬다… 창성 역시 카지노에 출입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도박의 늪에

빠지게 되었음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빼낼 묘안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녀석의 행방을 알아내는 게 우선순위 일 것이다.
부랴부랴 호주 현지 의 카지노 도박에 대한 실상을 알아보던 중 문득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호주로 이민 갔다는 권민상이라는 동창생이 떠올랐다.

동생이 호주로 간다고 했을 때 왜 그를 찾아 미리 상황파악 을 하지 못했던가
하는 자책감이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그래도 도움을 청할 사람을 알아냈다는 것만이라도 만만 다행이라 여기고

이리저리 그의 소재지를 수소문한 끝에 때

마침 골드코스트에 살고 있는 그의 연락처를 입수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호주 브리즈번 공항에 도착한 창준은 입맛이 썼으나 공항
청사 내의 레스토 랑에서 억지로 식사를 한 후

에어트레인이라는 기차 편으로 골드코스트로 향했다.

처음 골드코스트라는 도시의 이름을 들었을 때 창준은

동생이 황금 (골드)에 눈이 멀어 심신이 피폐해졌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마치 미국에서 1830년대부터 시작된 골드 러시 때

처럼 골드코스트라는 곳까지 황금을 찾아 온 것처럼 느껴졌었다.

동생 창성은 어릴 적부터 욕심이 꽤 많았다.

막내라는 위치가 스스로에게 모든 것을 챙기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딱히 필요치 않은 것이라도 무조건 움켜지려 했고

한번 손에 쥔 것은 절대로 놓지 않았 다.

이런 성격이 녀석의 눈에 카지노가 물 좋은 황금어장으 로 비춰지게 만든 건지도 몰랐다.

창준은 열차가 달리면서 펼쳐지는 이국의 광경에 특별 한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가슴 속을 꽉 메우고 있는 동생에 대한 애증이 자연스런 감성의 분출을

억제 하도록 종용하고 있기 때문 이리라.

 동생의 이해할 수 없었던 행태의 근본원인에 대해 실마리를 잡기는 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기사에서의 도박중독 사례가 민상의 이야기로 확인은 되었지만

정작 동생에게 직접 연결된다고 믿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만일 도박중독이 확실하다면 현지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에

민상과 자주 연락하면서 방법을 논의했다.

차마 부모님 에게는 동생이 도박에 빠져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를 꺼낼 수가 없어

모든 것이 드러난 뒤로 미뤘다.  
 “형! 이런 말 드리지 않으려다 너무 힘들어 전화했어요.”
2개월 전 동생의 성화에 지친 창성의 오랜 친구가 모처럼 전화하면서 대뜸 하는 말이었다.

민상과의 연락은 별도로 동생 창성의 행방을 추적하던 참이었다.

그동안 간간히 동생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른 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그로부터 동생에 대한 상세한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별수 없이 동생이 도박중독자라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드려야만 했다.

가족과는 일절 소식을 단절한 채 지내는 동안에도 동생은

친구들에게 계속 도박할 돈을 빌려줄 것을 간청해왔던 것이다.

돈을 구할 수 없었던 창성 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시드니에서 퀸즈랜드

북단지역 까지 이동하여 아르바이트로 농사일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 녀석, 비자시효가 지나면서 정상적으로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나 봐요.

그래서 한인 교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브리즈번의 골드코스트로 흘러들어 갔답니다.”
골드코스트라면 바로 민상이 있는 곳 아닌가? 창준은 흥분 이 되었다.

모처럼만에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곧바로 민상에게 S.O.S를 쳤다.

동생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행방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동생의 사진은 이미 이메일로 보내놓은 터였다.

노심초사하고 있던 중 바로 이주일 전에 동생에 대한 확실 한 정보를 전해왔다.

우연히 초라한 차림으로 길을 가고 있는 동생을 발견하게 되었고 뒤를 추적한 끝에

빈 가옥에서 호주인 부랑자들과 함께 어울 려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것이다.

그에게 동생을 찾으러 갈 때까지 감시를 부탁 하고 미뤄두고 있던

휴가 청원 및 챙겨두어야 할 업무정리 등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창성의 워킹홀리데이비자가 만료된 지 벌써 4개월 정도 지난터라

우리나라로 되돌아오고 싶어도 오기 어려운 상황인데다가

한국으로 돌아올 여비도 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천생 데리러 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귀국여비로 쓰라고 돈을 보내주어 보았자 이게 웬 횡재이냐며

단숨에 카지노로 달려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창준은 민상이 마중 나오기로 한 헬렌스베일 역에 내려

공중 전화기의 위치를 확인 한 후 동전을 바꿀 가게를 찾았다.

얼마 후 나타난 그의 차를 타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며

골드코스트 시내로 들어왔다.

한국과 정반대의 기후이기는 했지만 날씨는 그다지 쌀쌀하지 않았고

관광지답게 간편한 차림을 한 여러 나라 사람들이 유연자적하고 있었다.

창준은 그의 안내로 동생 창성이 기숙하고 있다는 집으로 향했다.

오랜 동안 집을 비워두어서 그런지 정원이며 건물 곳곳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지만

돈 꽤나 들인 집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작은 손전등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비추면서 어두컴컴한 실내를 거쳐

지하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혼자 늘어져 있던 창성은 예기치 않게 들이닥친 형을 보면서도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반가움도 아닌 그렇다고 반기는 눈치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이쿠 꼬락서니 하곤…”
창준보다 8살 어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24살이면 자신의 앞날을

알아서 설계하여야 할 나이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타가 고장이 난 배처럼 표류하는 동생이 한심해서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손전등의 불빛으로 말없이 동생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꾀죄죄한 얼굴이며 손의 거스러미를 보자 가련한 생각이 들어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다 죽어가는 줄 알았더니만 그래도 멀쩡해 보이니 다행이 다.”
불빛을 손으로 가리며 비치적 일어서는 동생을 부축해 세우고 어깨를

툭툭 치면서 앞장선 친구의 뒤를 따라 그곳을 나왔다.

멀쩡한 집들이 이렇게 비어 있어 하릴없이 부유하는 삶들의 숙소로 이용되곤 한다는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엄청 굶주려있을 동생을 위해 한인 음식점으로 향했다.

 직항 항공기의 일정을 맞추고자 부러 골드코스트에서 며칠을 보냈다.

그동안 창준은 여전히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해 보이는

동생을 어르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줄 것을 설득했다.
 “도박은 탐욕에서 시작해서 절망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어.”
떠나기 전날 둘은 바람이 몹시 불어 사람들이 별로 없는 바닷가로 나섰다.

백사장을 거닐며 거칠게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창준은 저 수평선 너머로 계속 가면 남미대륙에 닿는다는 것이

좀처럼 믿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골드코스트라는 말에서 문득 연계되어 떠오른 것은

옛날 그 잘라 빠진 황금에 눈이 멀어 피의 광풍을 불러왔던 ‘엘도라도’였다.

이제는 본래의 의미가 변색되어 그 자리에서 쉽게 부(富)를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일컫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점 역시 이곳의 지명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잠시의 잡념에서 벗어난 창준은 해변으로 계속 몰려오고 있는 파도에서

눈을 떼지 않고 혼잣말처럼 말을 계속했다.
 “즉, 오락으로 즐겨야할 게임에다가 인생을 거는 모험을 하게 되는 건

바로 탐욕 때문이고,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질주하면

그 끝은 절망, 나아가 파멸뿐이라는 거지.”
창성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웅얼거리듯 말했다.
 “카지노라는 건 확률과 우연의 게임인데 내가 이기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겠어?”  
“거다 리드(Gerda Reith)라는 사람이 도박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분석한 게 있어.  

도박판에서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재능과 노력’여하에 따라 운명을 바꿀 수 있으며,

자신에게도 행운이 찾아 올 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도박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이야. 멀리서 찾을 것도 없지.

바로 네가 그런 셈이니까.”
 창성은 결국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예까지 자신을 찾아온 형에 대한 예우의 차원에서 나온 것일 런지도 몰랐다.

그렇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오히려 형의 말을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자 이곳에서 처음 동생을 보았을 때

괘씸한 생각 때문에엉겨있었던 옹졸한 감정의 찌끄러기까지 스르르 녹아버렸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동생의 얼굴이 훨씬 밝아져 보이자

그는 동생을 데려가기 위해 이곳에 직접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그득 찼다.

더구나 동생이 무언가에 겁을 먹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비자 만료가 되어 출국할 당시 호주 관계당국에 체포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출국심사 중에 덜컥 걸려버렸다.

그러나 창준이 공안요원에게 자신이 형이며 그를 직접 데리러 왔노라고 설명하여

별 탈 없이 통과 할 수 있었다.

실은 무자격자의 출국을 환영하는 측면 때문에 조용히 보내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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