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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잡다한 지식

도박 -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 무서운 중독성(제1화)

by 허슬똑띠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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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코스트(Gold Coast) 가는 길 1

 

 

 

 

 

온종일 이글거리며 세상 모든 것을 가마솥 안처럼

들끓게 만들던 태양이 서쪽 하늘의 하단에 걸렸어도

좀처럼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었다.

영화의 스크린에서처럼 흘러가는 창밖의 온갖 사물들이

숨이 턱턱 막혀 흐느적대고 있는 듯 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김창준은 자신도 모르게

덩달아 숨이 차오르는 느낌 때문에 깊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핏 창유리 위로 흐릿하게 어른거리던 얼굴 모습이

스쳐 지나치는 축 처진 나뭇잎들로 인해 혼란스럽게

비춰지자 이내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인천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

러나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열차에서 내려 그리 크지 않은 회색의 여행 가방을 끌고

공항 건물로 들어섰다.

청사내부는 많은 사람들이 분비고 있음에도

바깥쪽과는 완연히 다른 쾌적한 분위기였다.

 

비행기 탑승티켓을 받아 쥔 창준은 출국수속 시까지

여유가 있었으므로 요기도 할 겸 커피도 마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좌석을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즐겁게 웃으며 떠들어대는 통에 매우 시끌벅적했지만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카운터에서 받아든 먹을거리와

커피 잔을 들고 와서 빈자리에 앉았다.

생판 가보지 못한 곳으로의 여행 일보 직전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보여주고 있는 설렘이라든가

들뜬 기분은 그만은 누릴 수 없는 사치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묘한 미션이 쉴 새 없이 불안감을 지피고 있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반에 짐을 챙겨놓고 자리를 잡고 앉느라

들썩대던 비행기 안은 점차 질서를 잡아갔다.

햇빛의 잔영이 스산한 분위기를 남기고 있는

비행장을 멀리하며 막막한 하늘 공간으로

비행기가 치솟아 오르자 창을 가리고 난 창준은

피곤함이 몰려들어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이번 휴가를 위해 며칠 동안 맡은 일을

갈무리하느라 바쁘게 지냈었다.

그래서 쉽게 잠에 빠져들 것 같았으나

지난 일 년여 동안 일어났던 일들로부터 파생된

오만 가지 잡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면서

도리어 정신은 말똥말똥해지기만 했다.

마침 스튜어디스가 기내식과 함께 제공해주는 포도주를

추가로 청해 마시고는 다시 잠을 재촉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선잠이 들었지만

머릿속에 침잠해 있던 온갖 기억들이

현실과 꿈속 세상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무수한 빗줄기를 만들며 상영되는 낡은 필름처럼

어지럽게 펼쳐지고는 했다.

 

“저, 호주로 어학연수 보내주세요.”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시기가 늦어 혼자 공부하고 있던

동생 창성이 느닷없이 어학연수를 가야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 작년 봄이었다.

“그래 잘 알아보기는 했니?”

부모님은 늦둥이 아들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워킹홀리데이비자를 이용하면 공부도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연수비용을 충당할 수 있대요.”

부모님은 이 말에 공부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못하겠냐며

항공비 등 제반 비용을 선뜻 내주었다.

그 자금은 은퇴하고 난 뒤 노후의 여생을 위해

간직해 두었던 아버지의 소중한 퇴직금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동생은 호주 시드니로 갔었는데

이게 그의 가족에게 번뇌와 고통을 가져올 줄이야.

현지에서 만난 한인 친구들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고 하면서 투자 구실로

찔끔 찔끔 송금을 요청하기 시작한 것은

그곳에 간 뒤 두 달이 채 안 된 때였다.

부모님에게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말에 부모님은

일천만원이 넘는 돈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송금요구는

계속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제 누나는 물론

이모나 숙모를 포함한 모든 가족에게 손을

뻗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준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상쩍게 여겨졌지만 정확한 실상은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외국 특히 호주 현지에 대한 정보에는

둔감한 가족이었다.

다만 창성의 확실한 해명이 있기 전까지는

가족들 전체가 송금을 해주지 않기로 결정했을 뿐이었다.

 

동생은 더 이상 송금이 되지 않자 버티기 어려웠는지

지난해 여름 끝 무렵에 호주에서 자진 귀국하였으나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말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얼버무릴 뿐이었다.

무작정 치킨게임 하듯 할 수도 없어

끝내는 설마 거짓이겠냐면서 그냥 넘어갔다.

더구나 투자로 날린 돈을 만회하고

다음 해의 복학자금을 마련하겠다며 아르바이트까지 나선 모습은

의혹을 씻어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호주로 재 출국하기 위한

계략에 불과하였음을 후에 알게 되었다.

 

그해 늦가을에 창준은 회사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동생이 아버지가 감추어둔 여권을 찾아내어 다시

호주로 튄 지 한 달여가 지나고 있었다.

당시 가족들은 순진하게도 동생이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만 가지고 간 것으로 생각했었다.

때문에 부모님은 연락도 없는 동생이 제대로

지내는지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전화는 대출 원리금이 연체되어 있으니

빨리 정리하라는 독촉 통지였다.

전혀 감을 잡지 못해 어리둥절하고 있던 그에게 상대방은

1개월 전에 일천만원의 대출을 받고서도 모르는 체 한다면

재미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만일 내일까지 정리하지 않으면 회사에 통지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곳은 모 대부업체였는데 나중에 자세한 내막을 알고

기가차서 말을 잊었다.

동생 창성이 자신의 주민증과 급여통장을 몰래

빼내어 복사해서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했던 것이었다. 그

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은

동생이 휴대폰 연락처를 자신에게로 해놓고

철저히 창준 행세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뒤이어 3군데 대부업체에서 김창성이 계속 대출금을 연체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통지가 온 것이다.

가슴이 먹먹해왔다. 3년간 사귀던 소다미와의 결혼을 약속하고

나름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으나 하는 수없이

그동안 결혼준비금으로 마련해두었던 적금을 깨서

다 정리해주었다.

창준은 동생이 저질은 불법대출 건에 대해서

부모님에게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극심한 충격을 받으면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삼천만이 넘는 돈을 가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부터 다시 심심하면 돈을 부쳐달라는

요구가 오기 시작했다.

특히 만만한 어머니에게 집중되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더 이상 돈을 줄 수 없으니

그냥 귀국하라면서 만약 한 달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인연을 끊겠다고 하자 도리어 동생이 연락을 완전히 끊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도 정확한 사태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했다. 부모님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혹시 단서를 잡을 수 있을까 해서 창준은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우연히 한 인터넷 기사를 접하고 나서

지금껏 동생이 보인 기묘한 행동의 사유에 대한

윤곽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호주는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보니

항상 분위기가 들떠있는 데다가 도박관련 산업도 발달해 있어

손쉽게 도박에 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유학 등으로 이곳에 온 젊은이들에게는

자유로운 생활과 함께 타지에서의 외로움이

도박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도록 하며

도박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호주에 체류하던 한 학생은

평소 심심풀이로 카지노에 출입하다

급기야 중독되고 말았고 이로 인해 과도한 채무를 지게 되었는데

채무변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은 경고로 끝을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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