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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 무서운 중독성(제3화)

by 허슬똑띠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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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험블 (황량한 산골짝 언덕위의 황금성) 1

 

동생을 대동하고 무사히 집에 돌아오자 온 가족이 창성을 반겼다.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으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빼고 복학하여 학교생활에 몰두하겠다는

눈물어린 얘기를 듣고 나서 이번에도 모두 창성의 말을 믿었다.

배고픔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얼씬거리던 뼈아픈 경험을 했던만큼

그의 말에는 절실한 뉘우침이 배어있는 듯 보였다.

비자만기 후에도 불법으로 체류한 범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이내에는 호주에 갈 수 없다는 점이

그 믿음에 일조를 했다.

어쩌면 가족 사랑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그래서 이것이 크로커다일 티어스(crocodile tears)였음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녀석은 가족의 사랑을 철저한 위선으로 보답했다.

아니! 어쩜, 한번 도박에 빠지면 가족들의 전 재산을

날리고 나서야 끝장이 나던지 아니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끝을 맺던지 한다는, 마약중독보다 무섭다는 도박중독자의

예측불가능한 몸놀림에 허를 찔렸다고 봐야할 것이다.

창준을 포함해서 그의 가족 모두는 안타깝게도 이런 경고를

건성(?)으로 받아들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 수도 있었다.

학교에 복학(?)하고 나서 열심히 공부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학비를 보태겠다고 아르바이트도 하는 동생의 진지(?)해

보이는 태도를 곧이곧대로 받아드린 게 얼마나 어쭙잖은 일이었던가.

창성으로 인한 근심과 시름의 광풍은 모두 사라진 듯 했었다.

 

그래서 이번 가을은 창준의 가족에게도 풍요로움을 노래하며

훈훈한 마음으로 겨울나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듯 했다.

그러나 이것은 허망한 바람에 지나지 않았으며 올해도

그들 가족에게만큼은 비켜가고 있었다.

그날은 그동안의 위장된 평화가 깨지는 날이었다.

창준의 차가 없어졌다는 것이 먹구름과 함께

천둥번개가 다시 닥치고 있다는 징후였다.

동생이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휴대폰 연결도 안 되었다.

부모님의 화병이 다시 도졌다.

불현듯이 일주일 전 밤의 일이 생각났다.

늦게까지 야근하다가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동생이

막 아파트출입문에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함께 들어가자고 부를까 하다가 축 처진 동생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엉뚱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감이 이끄는 대로 지하차고에 세워진 자신의 차로 갔다.

 

출퇴근 시 특별한 일이 아니면 차를 두고 다니는데

전에 세워 두었던 모습과 왠지 달라보였다.

동생 역시 평소 때 차를 사용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서부터 내비게이션까지 살펴보았으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별 것도 없는 데 신경 쓴다고 자신을 나무라면서 돌아서려다가

내비게이션의 모양새가 자신이 항상 간수하던 것과 다르다고

느껴져 도로 환원시키면서 내용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이 가보지 않았던 곳의 위치가 저장되어 있었다.

또 다른 의문이 몰려들었으나 역시 괜스레 그런다면서

스스로를 탓하고 말았었다.

 

아무래도 낌새가 수상하여 아버지가 학교에 조회해보았다.

청천벽력도 유분수였다.

동생은 복학하지 않았고 등록금도 모두 회수해갔음이 드러났다.

창준은 그제야 그 때 차안의 내비게이션에 찍힌 지역을 떠올리고

동생이 갔었던 곳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 때는 왜 그것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날 동생이 푹 처져있었던 건 등록금과 그동안 아르바이트하여

번 돈 모두를 카지노에서 탕진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가족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창준의 차로 다시 카지노에 드나들었음이 분명했다.

동생은 전혀 손을 씻지 못했던 것이다.

 

또다시 추적이 시작되었다.

마침 주말이 되어 창준은 사촌동생 창환에게 부탁해서

그의 차로 동생을 찾아 나섰다.

부모님의 시름을 재발되게 만들었다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동생을 완전히 믿었던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는

자책감으로 무척이나 화가 났다.

도박장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일확천금이란

망령이 떠나지 않는데다 한번 정도는 돈을 딴 적이

있었다는 데 있는 것 같았다.

그 경험이 또 따지 말라는 법 없다는 편견과 아집의 고리를 형성하고

그 고리가 끝없이 이어지다보니 그 자리에 눌러앉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카지노라는 뫼비우스의 띠에 탄 것이나 다름없다.

그 띠가 풀리지 않는 한 끝도 없는 길인 것이다.

게다가 잃은 돈은 아예 사고의 영역밖에 놔두고 있다.

즉 3억을 잃은 사람이 어찌어찌해서 1억을 되찾게 된 경우

그의 기억 속에는 1억을 땄다는 것만 남는다.

참으로 이상한 셈법 아닌가?

이런 셈법 역시 돈을 딸 수 있다는 환상의 불길을

계속 질러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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