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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 무서운 중독성(제5회)

by 허슬똑띠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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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없는 강을 건넌 탕아

 

집에 돌아온 후 창성은 금단 증세를 견디기 어려운 듯 마약중독자처럼
무기력감에 빠져 모든 일상생활을 흐느적거리며 보냈고
급기야 우울증으로 완전 말문을 닫았다.
부모님은 창성을 단도박 모임에 참석시켜보려고도 했고 정신치료를 받아보게 하려고도 했으나
본인이 꿈쩍도 하지 않으니 별무 소용이었다.
집에 돌아오기는 했지만 도박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여전히 진창을 헤매고 있는 탕자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던 창성을 ‘돌아온 탕아’로 만들어 줄 계기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날아왔다. 시든 꽃이 변한 불꽃 속에서
흰 비둘기가 솟구쳐 날아오르는 마술처럼…

자주 만나던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대화의 말미에 답답한 심정을 해소해보고자
동생이 처한 상황에 대해 운을 뗐다.
말없이 자초지종을 듣던 친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주 특이하게 정신수련을 지도한다는 사람을 소개했다. 우학선생이라는 분이었는데 서울의 외곽지역
외딴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창준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동생을 설득했다.
그분은 도인이시며 초능력을 전수해준다고 하니
그것을 확실하게 전수받는다면 그동안 돈을 잃으면서 더께더께 들어앉은 앙금도 해소하고 돈을 딸 수 있는 기회도
거머쥘 수 있을 것이 아니겠냐면서.
이렇게 구슬려서라도 일단 그 분과
만나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말에게 물을 먹이려면 일단 냇가로 데려가야 한다는
옛말이 그저 하는 말이 아니지 않은가.
창준의 이 말에 창성은 솔깃해 하는 것 같았다.
묵시적인 동의로 가는 관문이었다.

그 문을 무사통과하기 위해 창준은 동생의 두 눈을 바라보며
조근조근 설명했다.
“너의 모래시계를 들여다보자!
모래가 끊임없이 흘러내려야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네 것은 그 기능이 마비가 되어있어. 왜냐고?
네가 카지노에서 도박에 빠져있는 동안
네 모래시계에서 흘러내린 모래들은 모두 시간의 주검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인 거야.
모래시계를 다시 뒤집어 놓아도 당연히 그 주검들은 흘러내릴 수 없으니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겠냐?
그래서 시간은 덧없이 흘러만 가는데도 정지해 있는 듯
착각하게 되는 거란 말이다. 그런다고 네가 늙지 않는 건 아니잖아!
이건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라 생각 안 되니?
그렇담 네가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네 생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으냐? 지금껏 만들어 놓은 그 시간의 주검들을
분쇄시켜야 하는 것이야! 그것도 당장!”
창성은 그게 도대체 어쨌다는 거냔 표정으로
빤히 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창준은 그런 동생의 태도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말이야…
네가 다시 도박장에 간다고 치자.
이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게 된 너는 무엇보다도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야.
말인즉슨 계속 그 자리에 있을 때와 그냥 털고 나올 때를
슬기롭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거지.
그 정도가 되면 거기에 흐리멍덩하게 몰입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란 말이다.
더구나 네가 초능력을 얻게 된다면 금상첨화겠지.
마음껏 즐기면서 네가 원하는 돈을 딸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처음 우학선생을 대했을 때는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여느 노인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성 역시 그런 것 같았다. 그는 돌아가자는 듯 형의 옷자락을 끌었다.
머뭇거리는 그들을 우학선생은
잠자코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차분히 그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오기가 발동한 창준은 ‘그래 예까지 왔는데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끝장을 내보지뭐!’ 라고
오달지게 마음먹고 창성의 등을 떼밀다시피 함께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외관은 퇴락하여 볼품없어 보였으나
집안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자연의 정수만을 걸러낸 듯 피톤치드와 같은 냄새가
내부를 휘돌아 감싸고 있어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사람은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여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대좌하고 나서 찬찬히 살펴보니 처음 인상과는 완연히
다른 경외감이 느껴졌음은 물론 이어진 대화
몇 마디로 상황은 백팔십도 변했다.
힐끗 곁눈질로 바라본 창성의 눈빛에도
호기심이 잔뜩 어리어 있음이 역력했고
표정 또한 진지하게 변하고 있었다.
창준은 안도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나중에서야 그분이 처음 온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시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분은 그와의 첫 대면에서 실망하여 돌아가는 사람들을
붙잡지도 않고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절대 수련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째든 의외의 결과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얼마나 진득하니 버틸까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던 것은 말할 나위없었다.
수련 받으면서 자신을 추스르는 방법을 터득한 것인지는 몰라도 창성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허나 외면상으로만 그러할 지도 모른다는 불신의 벽이 한동안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변화에 대한 믿음이 점차 확고해져갈 무렵
회복불능의 사태가 발생할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너무 빨리 믿음을 가졌던게 잘못이었을까?

진달래꽃이 흐트러지게 피어있던 봄날
창준은 가벼운 기분으로 동생을 만나러갔다.
그런데 우학선생의 거처에 도달했을 때
무언가 색다른 느낌이 전해져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우학선생이 그가 올 줄 알고  기다린듯 했다.
선생의 말에 따르면 창성은 겉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선생은 그것이 거짓인지 알고있었다.
명상을 하는 척했지만 창성은 기가막히게도
명상자세로 잠을 자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쩔 수없는
검은 기운을 느꼈다고 했다.
검은 기운이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속뜻은 자신이 다스릴 수 없는 악의 화신같은 존재이리라.
창준은 동생이 그 정도로 타락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깟 도박이 사람의 삶을 쥐락펴락할것이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니 생각조차 할 수없었다. 히지만 동생이 엄현한 현실임을 일러주고 있지않은가.
마지막으로 선생은 동생이 아침에 몸이 안좋아
약을 사러갔다온다면서 외출했다고 했다.
그것은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변명이었다.
창준은 선생에게 사죄를 하고
어떻게 하면
동생을 찾을까 고민하며 그곳을 떠났다.
동생은 그곳으로 올 때 휴대폰 등 연락도구를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연락도 취할 수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는 동생이 잘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동생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동생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일가 친척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었다.
갈수록 동생에 대한 연민의 정이 사그러들면서
점점 가족일원에서 배제시켜가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왠지모를 불안감이 스믈스믈 피어나고 있었다.
창준이 피곤해서 펑소보다 다소 빨리 퇴근하던 날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아파트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옆집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아주머니는 창준의 인사를 받자마자 출입문밖으로 그를 끌었다.
"혹시 동생이 수련하는데서 돌아왔수?"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해서 미적대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어제 저녁 수퍼에 가다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보았는데
동생하고 엇비슷해서
동생이 집에 돌아왔는지 물어보는거유."
창준은 순간 둥생이 차를 가져가려고 온것으로 판단했다.

아주머니에게 동생은 수련하는 곳에 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째든 신경써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일단 집으로 들어왔다.
우선 차키를 확인했다.
제자리에 있기는 한데 놓인 모습이 달라보였다.
거칠게 키를 움켜들고 지하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이번 주 내내 차를 점검해 보지  않아서 찜찜했다.
동생이 전에 복사해두었던 차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차장안으로 들어가서 차의 존재부터 확인했다.
차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안도하면서 차에 접근하여 내부를 둘여다본 창성은
온몸이 마비되어 그차리에
서서 한참 동안 꼼짝할 수없었다.
동생 창성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차바닥에는 거의 타버린 번개탄 찌꺼기가
을씨년스럽게 동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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