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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의 잡다한 지식

3억대 1 행운의 신화

by 허슬똑띠 2022.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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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게 여겨지는 우리 모두의 탄생비밀

 

 


먼저 첫 문제를 내겠습니다. 다음 중 난자와 정자의 결합 방법 중 옳은 것은 어떤 것일까요?


1.난자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정자가 난자와 수정한다.
2. 가장 힘이 센 정자가 난자와 수정하게 된다.
3. 난자가 정자를 고른다.


아마 한번쯤은 생물시간에 공부했을 내용이지요?
난자와 정자의 수정 방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위에 제시된 보기들이 그 중 제일 많이 답하는 경우들입니다.
하지만 모두 틀렸습니다. 왜 일까요?

현재의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확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를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새삼스럽겠지만 그 과정을 세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많은 남자와 여자 중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 눈에 불꽃이 튀어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미 2세가 있는 성인들 중 상당수가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우겨댈 수도 있겠지만 다시 되새겨본다면 그런 상황이 분명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두 남녀의 눈에 불꽃이 튀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관문입니다.
그래야만 순간적으로 깊은 애정을 나눌 간절함이 생겨나고 사랑을 하게 됩니다. 이로서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있는 오작교가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두 번째 관문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제일 어려운 세 번째 난관의 관문이 버티고 있습니다.

정자가 난자를 만나더라도 순순히 난자의 품에 안기기가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죠.
이렇게 세 개의 관문을 통과하여 정자가 난자의 품에 안기게 되면 비로소 인간이 될 씨로 재탄생되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수정이라고 하죠. 말인즉 슨 난자가 정자를 수용했다는 뜻이겠습니다.
수정이 되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 눈이 맞을 때처럼 불꽃이 튀며 자축한다고 합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이 발견한 현상입니다.
수정이 이뤄진 포유류의 난자 표면에서 수십억 개의 아연 원자들이 뿜어져 나오는데 연구진은 이 현상을 ‘아연 불꽃’ zinc sparks 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남녀 간의 사랑에 무심결에 표현한 ‘불꽃 튄다’는 것이 생명체의 탄생 방식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요?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화학> 2014년 12월15일자에 실렸습니다.
그러면 여러 관문 중에서 세 번째 난관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그 이유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정자는 머리와 중편 그리고 꼬리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꼬리부분의 편모운동을 통해 난자에게 접근합니다.
2~5억의 수많은 정자들이 난자 근처에 접근하게 되면 난자는 이를 환영하듯 수정소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정자들을 유인시키죠.
하지만 정자가 난자의 품속으로 입성하기 위해서는 난자 주위에 형성된 3겹의 막을 뚫어야 합니다.
이 막들의 구성성분은 당단백질인데, 정자의 머리 부분에 있는 첨체가 아크로신이란 화학물질을 분비하면서 단백질 성분의 막을 뚫을 수 있습니다.
한데 이게 보기보다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빨리 막을 뚫고 결합하는 정자가 난자와 수정하게 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자는 어느 정도 막을 뚫고 나면 힘을 잃어 더 이상 막을 제거하지 못하고, 결국 그런 정자들은 모조리 죽게 됩니다.
그렇게 수많은 정자들이 죽을 둥 살 둥 이 작업을 하다가 어느 정도 막이 얇아지면 드디어 한 마리의 정자가 막을 뚫고 난자와 결합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러면 난자는 즉시 수정막을 형성하여 다른 정자의 침입을 막게 되죠.
결론은 최후의 승자는 그 많은 정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돌파구로 진입한 정자라는 겁니다.
꼭 힘이 센 녀석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저 행운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에 제시된 문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만약 생물 선생님이 "여러분은 3억 대1의 경쟁을 뚫고서 태어난 소중한 존재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3억 명 형제의 희생으로 태어난 값진 존재입니다." 라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지 않나요?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도대체 정자는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는 건가요?
흔히 이 이야기는 '생명의 시작은 이토록 엄청난 확률을 뚫고 이뤄진 어마어마한 결과'이기에 '고로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3억 대 1의 경쟁률이라니, 이는 로또 복권의 당첨 확률보다도 훨씬 낮은 확률이지요.
하지만 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이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진부한 이야기로써는 더없이 훌륭하지만, 효율성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정자는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제시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은폐되어있는 난자의 배란기
많은 동물들이 체내 수정을 하지만, 인간은 유독 그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수태 가능한 배란기가 되면 동네방네 이를 광고하고 다니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 여성의 배란기는 자신도 모르는 채 지나갈 정도로 은폐되어 있다는 점이죠.

2. 경쟁적인 짝짓기 현상
일부일처제 관습이 뿌리내리기 이전에 오래도록 이어졌던 경쟁적인 짝짓기 현상은 정자의 ‘무제한 대량 공급’을 부추겼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타인의 정자들을 섞어두면 정자들은 서로에 대한 지독한 공격성을 보입니다.
이들은 첨체 속의 효소를 이용해 상대 정자의 몸에 구멍을 뚫어버리는 공격을 서슴지 않지요.
심지어는 일부 정자들은 서로 얽혀서 그물 같은 구조를 형성해 다른 정자들이 전진을 차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대규모 육박전에서 머릿수가 많은 쪽이 유리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지 않을까요?

3. 정자에게 가혹한 환경
이런 경쟁이 없다 하더라도 정자에게 주어진 길이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몸 속 환경은 정자에게는 꽤 가혹하기 때문이죠.
정자의 최초 관문인 여성의 질은 외부 미생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성을 띠고 있는데 생물의 주요 구성 성분인 단백질은 산성 환경에서 쉽게 변성되어 기능을 잃기 때문입니다.  
이는 역시 단백질로 이루어진 정자에게도 가혹하게 작용합니다.
실제 많은 수의 정자들이 이 산성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꼬리 짓을 멈추게 됩니다.
이런 혹독한 환경도 정자 수를 늘리는 요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확률 게임에서는 판돈이 많은 것이 유리하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치죠.

그런데 여기에 다른 의견도 제시됩니다.
수많은 정자들 중에는 난자와 수정하는 능력을 지닌 정자그룹과 그리고 그 정자들이 수정하도록 도와주는 대다수의 가미카제 정자그룹으로 나뉜다는 겁니다.
즉 가미카제 정자들은 최후 승자 한 마리를 위해 난자로 향하는 요지를 사전에 점령하고 다른 정자의 침입을 저지하는 병정개미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자의 숫자가 많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무슨 이유로 정자가 그렇게 많은가라는 의문을 떠나서 우리는 엄청난 경쟁과 어마 무시한 관문을 뚫고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 주요한 점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한번 태어나기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부합하는 말이죠. 지금껏 의식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은 탄생의 과정을 되새겨보면서 오늘 하루도  그 행운에 걸맞게 살아가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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