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으로 향하는 굵은 손가락의 저주
팻핑거(Fat Finger)'는 '살이 찐, 뚱뚱한'의 뜻과 '손가락'이 합쳐 '굵은 손가락'을 지칭하는 말이다. 하지만 증권을 매매하는 사람의 손가락이 자판보다 굵어 가격 또는 주문량을 실수로 입력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름 자체는 재밌게 보이지만 주식, 채권 중개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무서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실수가 큰 손실을 낳을 수도 있고 심지어 회사의 파산까지 불러올 수 있게 되어서이다. 이번에는 일본과 미국에서 있었던 팻핑거의 저주사례 내용을 알아보겠다.
일본 미즈호증권 오류주문
미즈호증권은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에 속한 증권회사이다.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은 일본의 지주회사로, 미즈호 은행, 미즈호 증권, 미즈호 신탁은행 등 미즈호 계열 기업들의 모기업이다. 약칭은 '미즈호FG'. 1999년 8월 및 12월 제일권업은행과 후지은행, 일본흥업은행이 합병을 발표했고, 2000년 9월에 미즈호 홀딩스가 설립되었으며, 그게 2003년 1월에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으로 흡수합병되면서 정리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일은행(구 국립제1은행)이 1873년 설립으로 가장 이르므로, 미즈호 그룹의 시초는 1873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참고로 국립제1은행은 일본에서 가장 처음 설립된, 무려 중앙은행보다도 빨리 설립된 은행이자 일본 역사상 첫 상장기업이라,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일본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가장 오래된 상장기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팻핑거의 저주는 일본의 증권사도 피해가지 못했다. 2005년 12월 8일, 일본 미즈호 증권의 한 직원이 제이콤 주식 1주를 63만엔에 팔려고 했으나, 해당 주식 63만주를 1엔에 판매하는 걸로 시스템에 입력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사고로 미즈호 증권은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고, 나아가 이러한 작은 오타 하나로 일본 증시 전체가 위험에 빠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본증권청산기구가 정한 현금결제액 91만2,000엔은 미즈호증권이 '1주 61만엔 팔자'를 '1엔 61만주 팔자'로 잘못 입력한 8일 오전 9시27분 직전에 형성된 시장가격(시초가)이다. 당시 입력 실수로 하한가(57만2,000엔)에 주식 대부분을 팔고 상한가(77만2,000엔)에도 발행 주식수 초과분을 전부 사들이지 못했던 미즈호증권으로서는 '눈물 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측은 앉아서 Ep돈을 벌게 됐다. 특히 '모건스탠리 재팬'(4,522주)과 '닛코 유디알' (3,455주)등 미국ㆍ유럽계 증권회사는 총 1만5,000주가량을 사들였고 이날 수억엔에서 수십억엔의 이익을 내며 쾌재를 불렀다. 이들은 미즈호증권의 주문미스를 눈치 채고 재빠르게 주식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즈호증권은 13일 총 발행 주식수의 42배를 잘못된 '팔자'주문으로 내놓은 후 회수하지 못한 제이콤 주식 약 9만6,000주에 대해 91만2,000엔으로 현금 결제했다. 이는 주식매매의 결제를 보증하는 일본증권청산기구가 도쿄증시의 혼란을 우려하며 제시한 긴급조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도쿄(東京) 증시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던 '미즈호증권 사태'가 결국 강제 현금결산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일본 증시역사상 유래가 없는 현금 결제 조치로 미즈호증권의 손실액은 당초 300억엔에서 400억엔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런데 미즈호증권이 주문 취소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것이 도쿄증시 시스템의 오류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미즈호증권측은 도쿄증시측에 보상을 요구하였다.
이 사건으로 역시 거대한 시세차익을 낸 일본인 투자자가 있다. BNF(본명 코테가와 타카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 투자자는 상기한 직원의 실수로 인해 제이컴 주식이 말도 안 되게 싸게 나오자 투자자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바로 이 타이밍에 제이컴 주식을 헐값으로 사들였다. 증권사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의 자본을 투입해 제이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러자 다시 제이컴 주가는 급등했다. 바로 그 타이밍에 BNF는 다시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 BNF는 이날 단 하루만의 차익거래로 250억원이라는 수익을 챙겼다고 한다.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를 초래한 입력오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란 ‘갑작스러운 붕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붕괴’가 아니라 ‘갑작스러운’이다. 2010년 미국 증시에 바로 이런 사건이 있었다. 2010년 5월 6일 다우지수가 몇 분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놀라게 했던 것이다. 미국 증시 마감 15분을 남겨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다우지수가 10% 가까이 대폭락했다. 아무 이유 없어 벌어진 붕괴였다. 1000조원이 넘는 돈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문제는 한 투자은행 직원의 실수 때문이었다. 매도 주문을 낼 때 화폐의 단위를 잘못 입력한 것이다. 2010년 5월 6일, 미국의 한 투자은행 직원이 주식을 팔기 위해 매도 주문을 내는데, 거래 단위로 Million(100만)을 뜻하는 'm' 대신, 실수로 Billion(10억)을 뜻하는 'b' 버튼을 눌렀고, 주식시장에서 여러 자동매매프로그램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15분 사이에 다우존스지수가 998.5p 페선테이지로는 -9.2% 폭락해 버렸다. 이 실수가 나비효과가 됐다. 주식시장은 무수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세계다.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주식을 사고팔지만, 전 세계 수많은 투자사는 증시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이 수많은 알고리즘이 위에서 언급한 한 직원의 실수에 낚여서 대량으로 주식을 팔아 치운 것이다. 다행히 곧바로 증시는 반등하며 마감했지만, 이 사건이 시장에 던진 충격은 컸다. 단 한 사람의 실수로도 1000조원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인 이상, 예기치 않은 단순한 실수에 대한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 문제는 이 단순 실수 하나가 투자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배당입력 실수로 인해 '팻핑거의 저주'가 다시 부각되면서 시스템의 취약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기는 하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팻핑거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이 많아 체계적인 보안시스템을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증권사마다 리스크 서버를 거쳐 거래가 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또는 회사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상한 주문이 나가려고 할 경우 이를 반송하는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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