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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열정 DREAM

오백만 원으로 결혼하기

by 허슬똑띠 202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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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휘몰아친 먹구름

 

오화백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국내유수의 전자회사인 L사, 아니 그 회사의 협력업체에 입사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나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난데없이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납품계약이 파기되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버티는 가 했지만 결국에는 부도가 나고 말았다. 화백은 성실하게 저축도 하면서 결혼을 꿈꾸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싶어 희망이 없어 보이는 회사를 떠나 다음준비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짠돌이 생활을 하면서 그럭저럭 천오백만 원정도 저축을 했다. 그래서 이참에 본인이 하고 싶어 했던 출판기획자가 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이 자금을 밑천삼아 그와 관련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때 아닌 복병이 나타났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신 것이다. 그래서 병원비로 천만 원을 보내드리고 나니 이제 수중에 남은 돈은 오백만 원 뿐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고 여자친구가 6개월 내에 결혼하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통보를 해온 것이다. 그녀는 현재 중견상장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대학교 1학년 신입생시절에 운 좋게 만났고 군에서 제대할 때까지 기다려주었던 마음씨 고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화가 난 것이다.

 

갑작스런 통보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6개월 내에 무슨 벼락부자가 될 운도 아닌데 겨우 오백만 원으로 무슨 결혼을 한단 말인가? 어느 결혼정보회사에 따르면 결혼하는데 평균적으로 2억 9천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중 주거공간에 사용되는 돈이 2억 4천만 원이라고 하므로 지금 살고 있는 원룸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하여 이를 공제하더라도 예물 등 혼수나 예식장비용 등이 5천만 원 정도 들 것이니 백수는 그저 어지럼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신혼여행이라든가 여자친구에게 결혼예물로 줄 다이아몬드 반지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드릴 예단 등등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다. 더구나 지금은 실직상태라서 은행대출도 받을 수 없는 처지가 갑자기 서러워졌다.

그러다가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예식장에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려야 결혼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잖아? 무조건 결혼만 하면 되는 거 아냐? 모양새가 형편없더라도 결혼에만 골인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평균비용의 1/10 정도 비용으로 결혼을 하는 게 과연 무모한 것인지 따져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떠올린 방향에 대한 것들을 항목별로 정리해보았다.

 

결혼의 특성을 나열하면서 발상하기

 

결혼은 일단 두 사람의 사랑이 튼튼해야한다. 그것은 자신이 있다. 그녀가 오랜 동안 그의 곁을 지켜주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결혼은 일생에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이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건 비범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므로 번외이다. 이것 또한 자신에게는 해당무이다. 그런데 결혼 이후의 가정생활은 날씨와 같이 궂을 때도 개일 때도 있다. 그래서 결혼생활의 유지는 위험한 줄타기처럼 긴장을 요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타개하기위한 요령있는 대응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메모한 후에 하나씩 잡아내어 집중적으로 유효한 아이디어를 짜낸다.

이때 가능한 한 쉽게 이해하고 공감될 수 있는 특성을 고른다. 그런 다음 선택한 단어가 갖는 특성이나 원리에 해당하는 것을 찾아낸다. 이일을 끝냈으면 이제는 그것을 오백만 원으로 결혼하는 아이디어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한다. 사실 결혼 자금에 한계를 두기는 어렵다. 수억 원도 부족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오백만 원이 아니라 단돈 몇 십만 원으로도 할 수 있는 게 결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고심할 수밖에.

어째든 오화백은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끌어냈다. 살펴보고 과연 현실적인지 여부를 나름의 기준으로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개중에는 참고할 만한 것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1. 비상자금 마련하기

온갖 발상을 동원하여 '단돈 백만원으로 당당하게 결혼하기'라는 책을 그럴싸하게 써서 출판사와 출판계약을 맺는다. 인세를 미리 받아 결혼 자금으로 사용한다. 여기에서 언급한 아이디어 그 이상의 상당한 발상이 필요한 아주 힘든 작업이지만 한번 히트를 치면 이후에도 두고두고 효자노릇을 할 것이다.

2. 배낭여행으로 때우기

가지고 있는 자금은 모두 월세를 받는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기로 하고, 신혼여행은 배낭여행으로 대신하자고 여자친구를 설득한다. 또한 여행지에서 간단히 언약식으로 결혼식을 대신하고 돌아오기로 한다. 이후 '결혼배낭여행과 언약식'이라는 영상을 만들어 소셜 미디어 등에 업로드 하여 인기를 끈다면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생활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부모님 몰래 동거하기

부모님 허락을 받지 않고 실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각자 따로 살 때 소요되는 공통비용을 계산한 뒤 그만큼의 비용은 별도 저축한다. 또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유튜브를 운영하여 과외 수입을 얻는다.

4. 조촐한 결혼식

시골 교외 목사님 앞에서 금반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대신한다. 친구들에게 따뜻한 잔치국수를 시장통에서 대접한다. 친구들이 축의금을 주면 마지못해하면서 생활자금에 충당한다.

5. 궁여지책을 통한 정상적인 결혼식

여자친구의 신용으로 마통을 개설하여 삼천만 원을 빌린다. 출판기획자로 자리를 잡고나면 자신의 신용으로 대출을 받아 이를 상환하기로 하고. 가능하면 결혼자금대출까지 끌어서 나름 괜찮은 결혼식을 한다. 생애 단 한번뿐인 소중한 결혼식이라는 명분의 힘으로 후에 찾아올 얼마간의 생활고는 충분히 이겨내리라 다짐하면서. 혼자가 아니고 둘이 힘을 합하면 그까짓 것 견디지 못할 게 있겠는가.

 

(사족)

몇 달 전에 아는 후배가 서울 하야트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었다. 당일은 그의 결혼식뿐이라 매우 여유로운 결혼식이었다. 비용이 꽤 많이 소요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비용이 1억 원을 초과한다는 얘기를 듣고 입이 쩍 벌어졌었다. 일생의 단 한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다소 지나치지 않았나 싶었다. 다만 능력이 닿는다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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